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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프로덕트를 분석할 때 마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회사들만 선정했다.
그러다 문득 "세상에 그렇게 진지한 주제만 다루는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배워왔던 것들(여러가지 분석 이론)을 과연 적용시킬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가장 컸다.
이런 서비스도 분석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거지키우기2를 분석하게 되었다.
과제가 너무 많아서 드디어 뇌절했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반박시 그 말이 맞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지수.
지수의 취미는 게임이라고 한다. 바쁜 스케줄 와중에 짬을 내어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는 어느 팬이 던진 “언니가 하는 핸드폰 게임들 중 하나만 추천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지수가
'이 게임이 역시 최고다' 라고 손꼽으며 3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는 모바일 게임. “거지 키우기2”라고 대답했다.
거지키우기2
거지키우기2는 (주)마나바바라는 회사에서 유니티 스퀘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제작한 메타버스 게임이다.
거지 키우기 시리즈는 2015년 처음 시장에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이다.
이름 그대로 게임 속 ‘거지’를 키우고 돈을 모아 나중에 부자가 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이름 그대로 '거지'에게 구걸을 시켜 새로운 인생으로 역전시키는 게임이다. 게임의 목표는 오직 구걸을 해서 돈을 모으고 그 돈을 활용하여 점차 돈벌이를 확장시켜 나가면 된다. 단순 탭을 통해 돈을 모으는 방치형 클리커 탭게임으로 유니티 게임 엔진으로 개발되었다.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는가
고객은 지루함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지키우기'에 유입된다. 보통의 프로덕트에서는 이 지루함을 해소시켜 주고 고객이 가치를 지불할 텐데 거지키우기는 한 술 더 뜬다. 잠깐 지루함을 해소시켜주었다가 다시 한번 현질을 안하면 못견디게 지독한 지루함을 준다. (실제로 나는 거지를 밤새 구걸시키기 위해 휴대폰을 한 달동안 켜놓고 잤다..)
이러한 시스템이 난 너무 신선했다.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고객이 불편을 가져오면 잠깐 해소해 주다가 우리가 또 만들어주자!' 라는 관점에서 정의했다.
그렇게 해도 유저이탈율(Churn rate)이 높지 않은 기적의 프로덕트다.
어차피 끝이 보이는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게임개발자와 유저간의 소통으로 인한 의리(?) 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집착, 쓸데없는 성취욕구를 잘 이용하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가
기존에 사람들은 게임을 선택할 때 화려한 그래픽 디자인, 설득력 있는 캐릭터 설정, 탄탄한 스토리, 경쟁시스템으로 인한 집착 등 이러한 것들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이 거지 키우기는 이러한 선입견을 혁신하였다. 대충 그린 캐릭터, 개연성 없는 스토리, 말도 안되는 설정과 같은 일명 병맛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인디게임 문화를 열었다. 사람들은 때때로 프로덕트를 이용할 때 이해되지 않는 비합리적이며 비효율적인 선택을 한다. (심지어 이 게임 그림판으로 그렸다고한다 ㅇ0ㅇ )
기존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해소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
굉장히 단순한 플레이 방식임에도 유저들의 입소문 만으로 별도의 홍보나 마케팅 비용없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무료게임 2위까지 차지한 경력이 있다. 인앱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이지만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유니티 애즈를 이식하여 많은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여기서 고객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가
거지키우기2 유저들이 사랑하는 단순하지만 참신한 고객가치
게임에서 나오는 거지는 조소와 멸시의 대상이 아니다. 공감의 캐릭터다. 정규직은 현실뿐 만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른바 ‘삼포세대’의 팍팍한 현실은 모바일 게임에서조차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 번 터치할 때마다, 시간이 흐를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는 돈은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현실에서 느끼기 힘들 만큼의 부를 대리만족한다는 생각에 계속 화면을 터치하게 된다. 단순하지만 참신하다. 요새 비슷비슷한 모바일 게임들 속에서 정말 참신한 게임을 원했다면 이보다 제격인 게임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얼마 전 오류로 인하여 여태껏 힘들게 모았던 돈이 모두 증발해버리는 일이 대거 속출했다. 개발자는 발 빠르게 사과문을 올리고 현금 아이템인 100마나를 모든 유저들에게 증정했고, 이를 익살스러운 만화로 표현해서 개발자와 유저간의 거리를 좁혔다. 게임을 플레이 하는 유저들이 쿨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업계정설이다. 근데 나랑은 좁히지 못했다.
난 안쿨하다 우리 거지 돈 돌려줘
기업은 해당 고객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는가 (Business Model & Pricing)
게임 속 거지는 뭐라도 줄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다. 거지를 돕는 동정심으로 새롭게 수익을 창출했다.
심지어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거지의 매력에 빠져버린 듯 제 일처럼 거지를 돕는다. 거지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게임 화면을 두드리고 약 10~15초 분량의 동영상 광고도 거리낌 없이 감상한다.
거지키우기2는 두가지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1. 파란물약, 황금물약 결제 (앱 내 결제)
사람들이 열심히 손가락으로 터치하다가 힘들면 파란물약을 사용한다.
손가락이 10개 밖에 없어서 터치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 때 파란물약을 쓰면 한번에 터치에 10번으로 인식된다.
파란물약이 많을 수록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황금물약은 파란물약의 10배 기본의 100배이다.
파란물약의 가격은 50개에 0.99$이다.
10초동안 이 비즈니스 모델과 영화관에서 광고를 시청하면 파란물약을 하나씩 준다. 이렇게 모으다가 지치면 과금을 하게 된다.
특히나 80%할인 특가 이벤트할 때는 결제할 확률이 높아진다. 나는 그랬다. 맨날 당했다.
2. 유니티애즈 광고 수익 (광고 수익)
결제를 하지 않는 무과금 유저는 한푼마을에 들어가 GGV에서 광고동영상 관람을 통해 자발적으로 광고를 시청하고 보상으로 파란 물약을 얻을 수 있다. 인앱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의 특성상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유니티애즈를 이식하여 많은 광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유니티애즈의 강신덕 과장은 "'거지키우기'는 광고 영상을 보게끔 유도하는 보상 시스템이 잘 구현돼 있다"며 "광고를 본 이용자에게 코인이나 골드를 제공하는 기존 게임과 달리 10초간 버프를 쓸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eCPM(1천회 클릭당 유료 노출비용)으로 측정한 마케팅 효율성에 있어서 유니티애즈는 모바일 동영상 광고 플랫폼 가운데 1위로 매우 높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게임에 결제하지 않는 97%의 이용자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가
틈새를 파고든 ‘로우 파이’ - 거지 같은 해결책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다.
문정훈 마나바바 대표는 "재미있는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거지키우기'를 개발했다"며 "이런 거지 같은 게임(?)을 이렇게까지 좋아해 줄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한 문정훈 대표는 책을 사서 공부하며 모바일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돈을 쌓는 것의 가장 밑바닥이 ‘거지’라는 점에 착안해 소재를 잡았다. 전문 디자이너를 쓸 수 없어 직접 그림판으로 작업했으며, 밸런스 작업도 주먹구구식이었단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거지같은’ 게임이었다.
막상 ‘거지 키우기’가 출시되자, 유저들 사이에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구글 플레이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그 비결은 독특함에 있었다.
“고퀄리티 사이의 ‘거지같음’이 눈에 띄지 않았나 싶습니다. ‘낙후된’ 그래픽과 거지 콘셉트가 잘 맞아떨어진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문정훈 대표는 말했다.
쏟아지는 대작들 사이에서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이 말 그대로 ‘거지’같은 단순함을 신선하게 여겼다.
이른바 ‘로우 파이(Lo-Fi)’의 승리인 셈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가
최근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인디게임이 게임 순위에서 의외의 선전을 거두고 있다. 비슷한 형식의 게임 일색인 주류 게임 시장에 염증을 느낀 유저들이 참신함이라는 차별화 요소로 승부하는 인디 게임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거지키우기2는 차별화 요소는
- 게임의 복잡함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을 위한 단순한 노가다 형식의 클리커 게임
- 상상도 못한 거지 같은 병맛 콘텐츠
- 이세계가 아닌 사람들이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
- 마음의 안식을 주는 소박함
-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꿈을 나의 거지가 대신해서 이뤄준다는 대리만족
- 내가 이 게임을 하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옆사람 눈치 보면서 하는 짜릿한 스릴
- 게임개발자와 유저간 원활한 소통
- 지극히 재미만을 위한 요소
그리고 가장 핵심은 따라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퀄리티가 가장 큰 차별적인 경쟁우위지 않을까 싶다.
거지키우기2 속 내가 키운 거지는 부자가 됬는데 나는 시간 뺏기고 돈 뺏기고 완전 그지가 되버렸지만 괜찮다. 아주 잠깐 이런 현실에서 떨어진 메타버스를 통해 잠시나마 내가 이케요(이케아), 스타박스(스타벅스), 디자니(디즈니)의 회장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사람들은 이 부분에 열광하는 것이다.
문정훈 대표는 앞으로도 가벼운 게임이라는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거지 키우기’의 성공을 발판으로 뭔가 근사한 것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지만,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먼저라는 그의 생각이다.
“굉장히 ‘병맛’이라 상은 못 받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소위 ‘B급’ 영화들이 있어요. 게임 개발자들이 봤을 때는 하찮더라도 유저 입장에서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나바바의 목표는 재밌고 웃긴, 동시에 이야기가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볍고 유쾌한 게임들을 계속 선보이겠습니다.” 라고 인터뷰 했다.
복잡할 땐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B급 병맛이 좋다.
결론 (주)마나바바의 거지키우기2는 PMF를 찾았는가?
나는 매우 성공적으로 찾았다고 생각한다.
1. 매출 : (주)마나바바의 자본금은 1,000만원으로 매출액 7억 5,000만원까지 달성했다.
2. 다운로드수 : 국내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5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3. 게임 순위 : 대작들을 제치고 안드로이드 게임 인기 순위 7위를 차지했다. 최대 2위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4. 프로덕트 평점 : 구글 평점 4.6점으로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4. 개발기간 : 문정훈 대표는 독학으로 유니티 엔진을 공부하여 6개월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5. CAC : 광고와 홍보 마케팅 비용이 0원으로 오직 입소문으로만 성공을 이뤘다.
6. 후속작 : 흥행에 힘 입어 거지키우기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거지키우기'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요란한 분석 및 전략과 마케팅 그리고 화려한 프로그래밍이나 디자인이 없어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준 대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세상을 혁신하는 큰 비전을 갖은 프로덕트가 판치는 이 시점에서 높은 퀄리티, 완벽한 밸런스, 섬세한 디테일 등을 너무 추구하는 것 보다 절대 다수가 아닌 사람을 위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프로덕트가 계속해서 등장했으면 좋겠다.
인생은 문정훈대표처럼
부럽다.
<출처 및 참고자료>
킹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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